[앵커]
집 앞 공사장에서 터지는 폭약 소음과 진동에 심각하게 고통받는 주민들이 있습니다.
소음 피해를 덜 주는 방법이 있는데 시공사들이 비용 때문에 꺼린다고 합니다.
현장카메라 정다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서울 은평구의 아파트 주차장입니다.
바닥에 이렇게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균열 흔적이 보이는데요.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에 생겨난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균열의 발생 원인을 둘러싼 논란의 현장으로 갑니다.
이곳 주민들은 요즘 집안에 있기가 불안합니다.
지난달부터 집 내부 곳곳에 금이 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벽에 발견 날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 100m 앞 공사 현장을 지목합니다.
이 현장에선 지난달부터 폭약을 이용한 발파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A 씨 / 주민]
"발파한 이후부터 생긴 거예요. 제일 먼저 화장실 (균열) 발견하고. 팡팡 터트리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로."
매일 수십 차례 들리는 폭발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됐습니다.
[B 씨 / 주민]
"나는 지하실에서 뭐가 터지는 줄 알았어. 발에 진동이 오는데. 진짜 못살겠어. 스트레스 받아서."
주민들은 관할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구청은 소음이나 진동이 법적 기준치를 넘지 않아 공사를 중단시킬 수 없다고 말합니다.
시공사도 안전검사 결과 발파가 인근 건물에 영향을 주지 않은 걸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민원이 제기된 만큼 건물 인접 지역에서 발파는 중단한 상황.
[건설사 관계자]
"(지금은) 발파를 중지한 상태거든요. (아파트) 인접 구간에 대해서는. 발파가 아닌 걸로 작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아파트 옹벽 너머로 대규모 아파트 신축공사 2개가 나란히 진행되는 현장.
주민들은 2년째 발파와 천공 소음, 분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균철 / 인근 아파트 주민]
"전쟁터도 이렇게 시끄럽진 않습니다. 이렇게 8시간을 쉴 새 없이 시끄러워서 주민들이 노이로제가 걸려있고. 소화가 안 된다는 분, 잠을 못 자겠다는 분…."
아파트 옥상에서 직접 소음을 측정해보니 소음 규제 기준인 65데시벨을 넘어 90데시벨까지 치솟기도 합니다.
바로 옆 유치원도 소음 피해를 호소합니다.
[이시안 / 유치원생]
"너무 시끄러워서 귀가 아파요. 선생님 말이 안 들려요."
시공사 측은 공사 중 발견된 암반 때문에 발파 작업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광주 서구청 관계자]
"지금 저희가 상시적으로 공사장 소음을 측정하고 있고요. 기준 초과하면 그때그때 행정처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소음 허용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과태료는 최대 2백만 원.
공사기간과 비용을 따져볼 때 과태료를 무는 게 오히려 낫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공법을 택하도록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수곤 /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진동을 주지 않고 발파하는 방법이 있어요. 그런데 공사비가 비싸단 말이에요. 지질에 맞게끔 공법을 제대로 선정하면 돼요."
무진동 공법의 비용은 발파 공법보다 대여섯배 높아 도입을 꺼리는 상황.
도심 공사현장의 폭약 소리, 이제는 해법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현장카메라 정다은입니다.
PD : 김남준 장동하
정다은 기자 dec@donga.com